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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연의 편지』 2026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BBPK) 선정

관리자 2026-07-24 조회수 11

『연의 편지』

출판사: 손봄북스 
작가명: 조현아
심사위원명: 전혜정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손 내밀었던 용기가 돌아오는 길


 RPG 같은 게임에는 ‘연속퀘스트’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면 다음 임무가 열리고, 그 끝에 또 다음 임무가 기다린다.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세계가 넓어져 있다.


 『연의 편지』가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이전 학교에서의 상처로 위축된 전학생 소리는 새 교실 책상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가 가리키는 장소에서 다음 편지를 찾고, 그 편지가 이끄는 곳에서 또 다음 편지를 찾는다. 열 통의 편지가 설계한 연속퀘스트를 따라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낯선 공간은 자기 공간이 되고 모르던 얼굴은 자기 사람이 된다.


 조현아는 2018년 네이버웹툰 여름 특선 10부작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다.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되고 중국 금룡상 해외특별상을 받았다. 단행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크롤 기반 웹툰의 컷을 페이지 연출에 맞춰 통째로 재조립하고 상당 부분을 다시 그렸다고 한다. 이미 완결된 이야기를 새 매체에 맞게 다시 짓는 이 수고가, 작품이 말하려는 것과 닮아 있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한 번 더 손을 내미는 행위 말이다.


 연속퀘스트의 끝에서 기다리는 보상이 특별하다. 아이템도 경험치도 아니다. 소리가 과거에 누군가에게 건넸던 용기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다정함, 도움은커녕 악화시켰다고 후회했던 도움의 손길이다. 그것들이 편지가 되고, 시간을 건너, 전혀 예상 못 한 방식으로 되돌아온다. 작가는 이 작품의 판타지적 요소는 양념이라고 했고, 결말은 마법이 아니라 주인공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 선택이 빛나는 이유는, 과거에 소리가 이미 했던 선택의 메아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던 용기들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돌아오는 연결이 된다. 그 주제를 연속퀘스트라는 형식 안에 담은 것이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설계다. 편지 한 통이 다음 편지로, 한 번의 만남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연결의 은유다.


 수채화를 펼쳐 놓은 듯한 색감이 이 서사를 감싼다. 여름 특선이라는 기획에 걸맞게 초록과 빛과 습기의 계절이 배경 전체에 스며들어, 상처가 아무는 시간의 속도를 눈으로 느끼게 한다. 청량한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는 독자가 많았다는데, 조현아의 그림에는 조금 더 고요한 데가 있다. 편지가 소재이기 때문에 종이로 채도를 한 번 누른 느낌이다. 활극의 속도가 아니라 편지를 읽는 속도, 연못가를 걸어가는 속도, 눈을 감고 한 걸음 내딛는 속도에 맞춰진 그림이다. 열 통의 편지를 다 따라가고 나면 독자도 소리와 함께 학교를 한 바퀴 산책한 기분이 되는데, 그 느릿한 걸음의 리듬이 곧 이 작품의 서정이다.


 짧은 이야기다. 열 통의 편지, 열 번의 퀘스트. 그 안에 상처와 치유와 용기와 연결이 전부 들어 있다. 과거에 내밀었던 손이 현재의 나를 구하고, 누군가가 남긴 편지가 전혀 다른 누군가의 첫걸음이 되는 이야기를 연결이 필요한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